노예선이라고 불리우는 로잉머신에 탑승한지 만으로 1년이 좀 넘은 시점에 몸과 삶에 큰 변화가 있어, 이 시점에서 클리앙에 정리하고 공유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글을 써봅니다.
사실 저는 40년간 몸매 관리나, 운동에 전혀 관심없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술과 담배를 즐겨하고, 음식먹는걸 좋아하고, 특히나 탄수화물은 삶의 낙이었지요. 맛녀석들을 보며 “그래. 맛있게 먹으면 0Kcal야~ 괜히 몸매관리한다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나 좋은대로 즐기자~”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습니다. 사실 2년에 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데, 약간의 지방간과 혈압만 높을 뿐, 다른데는 전혀 이상도 없어서 크게 걱정을 하지도 않았고요. 주변을 봐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달고 있는게 지방간이고, 혈압약은 “40대 넘어가면 의례 챙겨먹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었지요.
그런데, 2019년 12월. 생각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아빠. 살이나 좀 뺐으면 좋겠어”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딸내미의 걱정어린 한 마디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졸업 선물 뭐 해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저거였다는 것이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40에 들어서게 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고들하는데… 저는 특별히 그런 것도 없던 상황이라, 사실 몸에 대한 걱정은 거의 없었거든요. 근데 딸내미의 진심어린 저 한 마디가 꽤나 깊숙히 꽂히더군요.
집 한 구석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던 타니타 체중계를 꺼내봤습니다. 먼지를 닦아내고, 창가쪽에서 햇빛으로 충전하고, 올라서봤습니다. 와… 진심 충격이었습니다. 제 몸무가게 세자리였다니. 2005년 결혼할 당시만해도, 177cm에 72Kg이었는데...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105Kg이 되어있었습니다. 15년간 33Kg가 늘어나다니… 1년에 2.2kg, 1개월에 183g씩 늘어나고 있었던겁니다. 사실 저는 15년간 그렇게 살이 많이 찐줄 몰랐습니다. 배둘레의 살들도, 남들보다 여유있는 가슴도, 턱을 가리는 목살도… 원래 제 것이었던양 너무도 자연스러웠거든요. 15년간 차츰차츰 찌다보니, 변화를 못 느끼고 계속 그대로인줄 알았죠… 아무튼, 이대론 안되겠다싶었습니다.
“그래! 살을 빼야야겠다! 마지막 한번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해보자!”
그런데 어떻게 뺄지 막막하더라고요. 업의 특성상 칼퇴를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어서 저녁시간 피트니스를 등록하긴 어렵고, 사내에 있는 피트니스를 아침에 가기에는 너무도 먼 출퇴근거리 때문에 힘들고, 몸무게가 나가니 조금만 뛰어도 무릎에는 통증이 오고, 그냥 걷자니, 시간대비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고…
그러던 중, 지금도 “노젓는당”에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주시는 모 회원님의 글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로잉머신에 대한 글이었지요. 예전에 무도 조정특집에서 봤고, 하오카에서 봤던 그런 머신이었습니다. 그 글의 마무리는 “절대로 노예선에 탑승하는 실수를 하지 말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그 글은 정말 마법 같았습니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조각 같은 몸매의 그리스 노예가 되어있는 제 모습이 그려지더군요. 바로 와이프의 윤허를 받고 질렀습니다. 그리고 제 생일이었던 1월 어느날 도착했지요. (그 당시만해도, 신품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이래저래 설치를 하고, 처음으로 올라타봤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모 회원님이 알려주신 글들을 최대한 생각하며, 유튜브를 보며 바른 자세로 타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일단 거리를 정하지 않고, 1분에 15회 정도 왕복하는 속도로 계속 적응을 해나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몸무게가 105kg나 되다보니, 나와있는 배 때문에, 도저히 자세가 안 나오더군요. 그나마 당길때는 괜찮은데, 앞으로 갈때는 허벅지가 배를 눌러 엄청 짧은 거리만 나가졋습니다. 그래도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하는 운동이어서 그런지, 땀도 많이 나고, 숨도 차고, 짧은 거리를 타는데도 죽겠더군요.
그렇게 시작해서 하루도 빼먹지 않고 날마다 퇴근후 노예선에 탑승을 했습니다. 2월이 되고, 3월이 되고 세 자리였던 몸무게가 드디어 두 자리가 되었습니다. 500m만 타도 힘들었었는데, 이제 쉬지 않고 2,000m는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기록은 엉망입니다^^) 그리고 날마다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배도 점점 들어가는건지, 앞으로 나아갈 때 자세도 제법 나오고, 드라이브 거리도 점점 길어지는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운동의 효과를 직접 경험하니, 이제 스스로 욕심이 생기더군요.
샤오미 체중계를 들였습니다. 인바디에 비해 정확하지는 않다고하지만, 제 몸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추이는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처음 찍어보니, 체지방이 33%로 나오더군요. 제 몸의 1/3이 지방이었다니…ㅠㅜ 더 빨리 살을 빼야겠다는 마음에 더 조급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 부터 몸무게가 줄지 않더군요. 아무리 못 타도, 일주일에 5일은 꼭 탑승했고, 거리도 점점 늘려, 하루에 5,000m를 당겼고, 최대한 열심히 해서 땀도 엄청 흘리고, 숨도 찼는데… 몸무게가 줄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실망감이 엄청나더군요.
“아… 여기까지인건가? 이 저주 받은 몸뚱이는 이게 한계인가?”
우울한 마음에 이것 저것 찾아보니, 체중감량에 “정체기”라는 것이 있다더군요. 처음 운동을 시작하면 몸에 반응이 오지만, 그게 반복될 수록 몸도 익숙해져서 효과가 점점 작아지다가, 결국 0에 수렴한다는… 뭐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답은 식단조절 밖에 없더군요. 더구나 운동에 전혀 관심이 없던 몸뚱이라 기초대사량도 너무 낮아 식단을 조절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보였습니다. 간헐적 단식과 저탄고지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술을 좋아하고, 먹는걸 좋아하는 제가 간헐과 저탄이라니… 술과 밀가루, 쌀밥, 빵, 라면으로 40년을 행복하게 살아왔는데… 그걸 멈춘다는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는데…
근데 그게 되더군요. “이렇게 힘들게 운동을 하는데, 이까짓 음식 때문에 좌절할 순 없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헐적 단식은 20:4로 했습니다. 원래 아침은 안 챙겨먹었고, 점심식사는 애초에 별로 즐겁지 않으니, 저녁만이라도 제게 위안이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녁에 대한 기대감으로 낮의 공복감을 충분히 참을 수 있더군요. 탄수화물은 최대한 섭취하지 않았습니다. 쌀,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들은 철저히 끊었습니다. 키토 카페에 가입해서 이런저런 정보를 보며 제 생활에 맞춰 적용했습니다.워낙에 지방과 단백질을 좋아해서, “고지”를 통해 “저탄”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술”입니다. 사실 술을 중단하는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삼겹살을 먹는데 소주가 없다니…
회를 먹는데 청주가 없다니…
스테이크를 구웠는데 맥주가 없다니… ㅠㅜ
그것은 죄악이죠.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도저히 뭔가를 곁들여 마시는 행위를 멈출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탄산수를 잔뜩 주문해서, 얼음에 레몬을 섞어, 소주잔에 홀짝거리며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아쉬웠는데, 그 나름대로 위안이 되더라고요. 직장에서 업무상 마시는 술을 어쩔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집에서는 술을 완전히 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니, 다시 몸무게, 체지방률, BMI는 하향곡선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담배도 (거의) 끊게 되었습니다. 거의 매일 5,000m를 타는데, 호흡 때문에 죽을 것 같더군요. 그리고 신기한게 로잉머신은 타면 탈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었습니다.기록에 대한 욕심도 더 생기고요. 일단은 액상 전담으로 바꾸었고, 연초는 아예 끊었습니다. 최근 2개월은 무니코틴 액상으로 바꿔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슬슬 완전히 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여전히 호흡은 딸리고, 기록도 거기서 거기인건 비밀입니다. ㅎㅎ
그렇게 만으로 1년이 지났습니다.
총 거리는 1,400,013m
총 시간은 117시간 37분
총 횟수는 294회
총 칼로리는 76,226Kcal
2월 현재
몸무게는 71Kg
체지방 비율은 19.6% 입니다.
BMI는 22.6 입니다.
그렇게 1년간 34Kg를 뺐습니다. 15년간 찌워왔던 그 몸무게를 1년동안 뺐네요. 몸 관리하고는 그렇게 거리가 있던 제가… 이걸 해내네요.
그렇게 되니 삶에 변화가 있습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에 가쁜하게 눈이 떠집니다.
혈압약도 끊었습니다. 병원에서 놀라더군요.
딸내미가 좋아합니다.
와이프가 옷 골라주는 재미가 생겼다고합니다.
부모님의 걱정도 덜어드렸습니다.
직장 동료들이 놀랍니다. 이렇게 근성있는 놈이었냐며.
패션도 점점 과감해집니다.
예전에는 절대로 소화할 수 없었을 옷들을 입게됩니다.
아울렛에도 맞는 사이즈들의 옷이 많습니다.
계단 오르는게 만만해졌습니다.
걷는게 좋아졌습니다. 3~4Km 거리는 그냥 걷습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더 생겼습니다.
저는 사실 “아이디어와 프리젠테이션”으로 먹고 사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외모보다 실력으로 승부하면 되지뭐”라는 생각이었는데, 살을 빼고 균형잡힌 몸매를 갖으니, 기존의 실력에 “자신감”이 플러스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뭔지모를 자심감이 생겼습니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40이 넘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소득인 것 같습니다.
본의 아니게 긴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저 같은 게으르고 저주받은 몸뚱이도 해낼 수 있다는걸 알려드리면, 클리앙 회원분들도 희망을 갖을 수 있을 것 같고, 저 또한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노예선 탑승 1년을 기념해 두서없이 글을 적어봤습니다. 회원님들 모두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날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참! 노젓는당에 놀러오시면, 오늘도 열심히 노젓는 많은 노예분들을 아시게될거에요~